가짜뉴스에 낚인 노인들, 약국서 “‘코로나 약’ 클로로퀸 달라”

위기감에 처방전 없이 ‘말라리아 약’ 구입 나서

“‘긴급’ ‘중요’ 자극적인 제목의 가짜뉴스 메시지

심장독성 있는 클로로퀸, 함부로 먹으면 위험”

세계보건기구 “코로나19 예방·치료 효과 없다”




서울시내 한 약국에서 일하는 약사 최아무개(35)씨는 지난달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한 70대 남성이 약국을 찾아와 상비약을 구한다며 건넨 쪽지에 ‘진해거담제(감기약)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이하 클로로퀸)이 적혀 있었다. 최씨는 “이 약은 감기약이 아니고, 처방전이 없으면 드릴 수 없다”며 돌려보냈다.

하지만 며칠 뒤 또 다른 노인이 클로로퀸을 찾았다. 최씨는 ‘이 약을 왜 찾는지’ 궁금해졌다. 클로로퀸은 말라리아 치료제로 종종 류머티즘 관절염 예방을 위해서 처방하는 약이지만 지난해 5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복용했다”고 밝히면서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약이 코로나19 예방·치료 효과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고 임상에서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최씨는 최근 지인에게 받은 한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그 이유를 알았다. 메시지에는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근본적인 대책을 취하지 않고 있어 이제 우리 건강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 확진자가 늘면 병원에 가는 것이 불가능해지므로 아스피린, 항생제, 감기약 등을 사둬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최씨는 “최근에는 클로로퀸뿐만 아니라 덱사메타손까지 사둬야 한다는 메시지가 공유되고 있는데 보통 처방전이 없으면 구할 수 없지만 의약분업 예외 지역에선 처방전 없이 구매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러한 약들을 잘못 먹으면 위험하기 때문에 절대 전문가 상담 없이 약을 복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자 일부 시민들이 가짜뉴스에 등장하는 ‘치료약’ 구입에 나서고 있다. 보건의료 관계자들은 의료진 처방 없이 함부로 약을 복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약국에서 클로로퀸을 사려는 손님을 매주 본다는 약사 이아무개(36)씨는 “‘긴급’, ‘중요’ 등 자극적인 제목의 메시지를 받고 약을 사러 오는데 심장독성이 있는 클로로퀸은 함부로 먹으면 위험할 수 있다”며 “지난해 2월에 대유행이 일었던 대구에서도 클로로퀸 등 특정 약을 사둬야 한다는 메시지가 돌아 일부 약국 업무가 마비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클로로퀸을 먹으면 코로나19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글은 지난해 8월15일 광화문 집회 이후 더욱 빠르게 확산됐다. 정부의 코로나19 검사를 믿지 않는 일부 집회 참석자들은 “클로로퀸으로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는 글을 공유하며 약 구입에 나섰다. 중소규모 의원이 일시적으로 허용된 ‘전화처방’으로 집회 참석자들에게 클로로퀸을 처방해주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근에는 해외 거주 한국인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실제 코로나19 치료에 사용되는 덱사메타손을 구해 먹고 나았다는 기사가 공유되면서 클로로퀸뿐만 아니라 덱사메타손을 구매하려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처방전이 없어 약품을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한 해외 직구(직접구매) 정보까지 공유하고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는 “클로로퀸은 치료효과가 없음이 명백하게 밝혀졌고, 덱사메타손은 코로나19 치료에 쓰긴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흔한 약품으로 소진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잘못된 정보가 공유되고 있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해외 직구 약품에 대해 건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통해 정식으로 들여오지 않는 약은 실제로 해당 성분이 맞는지도 믿기 어려워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절대 먹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바카라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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