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인 규제로 ‘떳다방’ 매니지먼트 활개…KBO ‘가짜뉴스’가 만든 예고된 파행이다 [박동희의 야구인]

-현행 프로야구 대리인 제도 ‘팀당 3명·최대 15명 선수만 계약’ 제한

-KBO “일본 선수들 3%만 에이전트 활용. 소수의 고액 연봉자을 위한 제도” 선전

-일본 대리인은 ‘규제’로 실패한 케이스. KBO가 가짜뉴스로 왜곡

-선수 보유 제한이 ‘독과점’ 방지용? KBO가 창작한 또 다른 가짜뉴스

-대리인 제도 규제로 ‘떳다방’식 매니지먼트 계약 활개. 무제한 수수료 등 문제 속출

 

 

 

 

[엠스플뉴스]

 

13년 전, 2008년이다. 일본 도쿄에서 한 변호사를 만났다. 미토 시게유키. 그를 만난 이유가 있었다. 그가 일본 프로야구 대리인(에이전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이였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 프로야구는 대리인 제도 시행 전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행하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귀를 닫았다. 정부에서 자꾸 뭐라고 하니 KBO 규약에 이런 조항을 집어넣었다.

 

[제174조 [대리인 제도의 시행일] ‘한국 프로야구의 여건 및 일본의 변호사 대리인 제도 시행 결과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하여 프로야구 구단, KBO 및 선수협회의 전체 합의에 따라 그 시행시기를 정하도록 한다’]

 

한마디로 “정부에서 하라니까 하겠는데 시기는 우리가 정할게”란 답변이었다. 기만이었다. KBO는 ‘구단, KBO, 선수협의 전체 합의에 따라 시행시기를 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구단, KBO가 선수협과 ‘합의‘할 가능성은 제로였다.

 

‘한국 프로야구 여건’이란 문구도 기만이었다. KBO, 구단은 항상 ‘프로야구의 위기’를 외쳤다. 선수, 팬의 다양한 요구를 묵살할 수 있던 것도 ‘위기론’ 덕분이었다. 한 시즌 천만 관중을 넘겨도 KBO, 구단 입에서 ‘여건이 좋아졌다’ 같은 말이 나올 리 없었다.

 

그렇다면 객관적으로 판단 가능한 건 하나밖에 없었다. ‘일본의 변호사 대리인 제도 시행 결과’였다.

 

애초부터 일본 대리인 제도는 각종 규제로 실패. 한국 프로야구의 롤모델일 수 없었다

 

 

 

 

“구단, 선수에게 모두 대리인 제도는 긍정적입니다. 구단은 선수에게 원하는 성적이 무엇인지, 선수가 좋은 계약을 따내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대리인에게 의견을 전달합니다. 선수는 구단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고, 자신이 구단에 무엇을 바라는지 대리인을 통해 일목요연하게 입장을 전하죠. 궁극적으로 선수는 운동에만 전념하고, 구단은 선수와 대면해 얼굴을 붉히는 일을 막을 수 있게 된 겁니다.”

 

미토 변호사가 들려준 대리인 제도의 순기능은 그랬다. 미토 변호사는 2006년 큰 경험을 했다.

 

당시 이승엽의 대리인이던 미토 변호사는 이승엽과 요미우리 자이언츠 입장을 잘 조율했다. 덕분에 계약금·연봉 포함 1억 8천만 엔이던 이승엽의 몸값이 4년 최대 30억 엔(당시 약 300억 원)으로 치솟았다. 이 계약은 일본 프로야구 대리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그럼에도 미토 변호사는 냉정했다. 그는 일본 대리인 제도의 미래를 어둡게 봤다.

 

“일본 프로야구 대리인은 변호사만 가능합니다. 한 명의 대리인이 한 명의 선수와만 계약할 수 있어요. 수수료도 낮습니다. 연봉 1억 엔(10억 원) 이상일 경우 수수료가 1%에 불과해요. 소비세 5% 포함해 105만 엔(1천500만 원)이군요. 구단의 모기업이 언제 내 의뢰인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선수 1명밖에 대리하지 못하고, 수수료까지 이렇게 낮다면. 과연 변호사들이 언제까지 대리인에 관심을 둘지 솔직히 회의적입니다.”

 

그의 예상이 맞았다. 2008년 일본 프로야구 대리인은 210명이었다. 이 가운데 직접 선수를 대신해 구단과 협상을 벌인 변호사 55명에 불과했다. 2019년 1월 기준 대리인이 641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실제 협상’에 참여한 대리인은 80명 남짓에 그쳤다.

 

이런 이유로 일본 프로야구에서 대리인으로부터 ‘양질의 협상 서비스’를 받는 선수는 극소수다. 선수로부터 신뢰받는 ‘경험 많고 검증된’ 변호사도 극소수다. 일본 프로야구 대리인 제도가 ‘정체의 수레바퀴’를 도는 가장 큰 이유다.

 

2000년 대리인 제도 시행 이후 20년 동안 일본프로야구선수회는 줄기차게 제도 수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야구기구(NPB), 구단들의 답변은 지금도 똑같다. “한 명의 대리인이 여러 선수를 거느리면 각 선수에게 충실할 수 없다.” 이게 말이 안 된다는 걸 자신들도 안다. 속내는 이거다. “마냥 풀어주면 스콧 보라스 같은 ‘귀찮은’ 슈퍼 에이전트가 나올 수 있다.”

 

선수들의 반문 “야구단 소유 대기업들은 매일 정부에 ‘규제 좀 풀어달라’고 요구하면서 왜 선수들에겐 자꾸 ‘규제에 따르라’고 하는 건가”

 

 

 

 

2008년 9월, 일본 현지에서 미토 변호사 취재기를 보도했다. 귀국하니 여러 변호사가 연락을 해왔다. “한국 프로야구도 일본처럼 변호사 대리인 제도를 시행하자.” 변호사들이 내놓은 의견이었다. 그리고 여러 토론회, 공청회가 열렸다. 정부에서도 대리인 제도 시행을 독려했다.

 

그러나 정작 한국 프로야구에 대리인 제도가 시행된 건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8년이었다.

 

시대 상황을 반영했는지 일본을 참고했음에도 여러 면에서 차이가 났다. 변호사만 가능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대리인 자격 조건을 ‘자격시험에 합격한 누구나’로 했다. 수수료도 일본이 1%지만, 한국은 5%로 상한선을 뒀다.

 

계약 선수 역시 일본이 대리인 1명당 선수 1명으로 제한했다면, 한국은 한 대리인(법인 포함)이 팀당 3명·총 15명 이하 선수와 계약하도록 했다. 일본보다 진일보했다.

 

하지만, 대리인의 선수 계약을 제한했다는 점에선 일본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향후 문제로 작용할 게 자명했다.

 

2018년 한 공인 대리인은 “대리인으로선 팀당 3명과 총 15명이라는 제한이 있기에 사실상 연봉 순으로 선수 인원을 조절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저연봉·저연차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리인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베테랑 선수는 “어느 선수나 능력이 뛰어난 대리인에게 협상을 맡기고 싶어 한다. 그런데 ‘선수 제한’ 때문에 그럴 수 없다면, 결국 누가 손해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프로야구단을 누가 소유했습니까. 거의가 대기업이에요. 뉴스 보면 대기업들이 늘 정부 보고 그러잖아요. ‘규제 좀 풀어달라’고. 자기들은 그렇게 요구하면서 왜 선수들에겐 자꾸 ‘규제에 따르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일생에 한 번뿐일지 모를 FA 계약을 능력 있고 신뢰 가는 대리인에게 맡기고 싶은 건 당연한 욕심 아닙니까. 그래서 대기업도 기업합병 같은 거 할 때 유능한 컨설턴트 회사에 일을 맡기는 거고요. 이런 ‘내로남불’이 어딨습니까.”

 

‘대리인-선수 계약 제한’ 독과점 막기 위해서? KBO가 생산한 ‘가짜뉴스’다.

 

 

KBO와 일부 야구계는 주장한다. 팀당 3명·총 15명의 제한을 둔 건 ‘독과점을 막기 위해서’라고. 과연 그럴까. 아니다. 애초부터 ‘독과점’을 막기 위해‘ 제한한 게 아니다. KBO가 생산한 악의적 가짜뉴스에서 비롯됐다.

 

대리인 제도 시행을 앞두고 KBO는 기회만 되면 “일본도 현재 등록 선수 850명 가운데 3% 정도인 30명 정도만 에이전트를 쓴다. 일본에서 에이전트는 소수의 고액 연봉 선수만을 위한 제도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죄다 사실이 아니다. 3%, 30명부터 시작해 ‘고액 연봉 선수만을 위한 제도’라는 평까지 사실이 아니라 KBO이 창작한 가짜뉴스다.

 

앞에서 설명했듯 일본 선수들이 대리인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는 건 NPB가 처음부터 대리인 제도에 갖가지 제한을 두고, 규제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은 한 명의 고객만 둘 수 있는 ‘대리인’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선수는 경험 부족의 변호사를 신뢰하지 않는다.

 

정작 일본에서 대리인 제도를 가장 유용하게 활용하는 건 저연봉·저연차, 중간급 선수들이다. 고연봉 선수들은 경험이 많아 웬만한 변호사보다 협상 기술이 좋다. 변호사들도 원체 수수료가 낮기에 선의와 변호사 사무실 홍보 차원에서 선수들을 도울 뿐 ‘수수료’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무엇보다 독과점을 막겠다면 그 명분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대리인) 활동을 보장하고, 소비자(선수)를 보호하는 것’이라야 한다. 그리고 독과점 여부는 시장점유율, 진입장벽의 존재 및 정도, 경쟁 사업자의 상대적 규모 등을 종합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리인 시장은 어떤가. 독점인가? 과점인가? 선수협이 주관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한 이라면 누구나 대리인으로 활동 가능하다. 시장 진입장벽이 낮다는 뜻이다. 대리인 활동에 들어가는 초기 비용과 향후 영업 비용도 적기에 시장 진입 비용 역시 낮다.

 

국외 에이전트사와 협력한 거대 에이전트사보다 개인 대리인이 더 많은 선수의 계약을 이끌곤 한다는 점에서도 ‘사업자의 상대적 규모’ 역시 독과점 여부의 고려 대상과는 거리가 멀다.

 

시장 점유율은 또 어떤가. 독점의 반대말은 ‘경쟁’이 아니다. ‘다점’이다. 경쟁은 ‘행동’이다. 독과점은 경쟁이라는 행동으로 벌어진 ‘상태’다. 한국 프로야구에선 한 번도 대리인 간에 벌어진 경쟁의 ‘행동’으로 독과점인 ‘상태’를 목격한 적이 없다. 팀당 3명·최대 15명의 족쇄에 묶여 거의 모든 대리인이 ‘도토리 키재기’만을 하고 있다.

 

2001년 공정위가 대리인을 허용하지 않는 KBO 규약을 ‘불공정행위’로 지적하고,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17년 동안 KBO가 버틸 수 있었던 건 ‘있지도 않은 공포와 우려를 매우 의도적이고도 계획적으로 유포’하고, 이에 야구계가 무비판적으로 찬동했기 때문이다. 독과점 타령이 ‘딱’ 그렇다.

 

‘팀당 3명·최대 15명 제한’. 대기업이 그토록 주장하는 시장 경제에도 맞지 않고, 대리인 제도 활성화를 위해서도 개정 필요

 

 

 

 

KBO, 구단은 대리인 제도를 시행하면 선수 몸값이 폭등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폭등은 없었다. 설령 백번 양보해 폭등이 있었다고 치자. 그랬다면 그 폭등을 주도한 게 누군가. 바로 구단이다. 독과점 이전에 조장했던 ‘폭등 공포’는 헛발질로 끝났다.

 

‘팀당 3명·최대 15명 제한’은 구단을 소유한 대기업들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시장 경제’와 맞지 않는다. 선수들이 자유롭게 대리인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죽은 제도’가 된 일본의 뒤를 따라가지 않는 방법이다. 대리인 제도의 활성화와 성장을 위해서도 제도는 전면 수정돼야 한다.

 

특히나 선수협 대리인 규정의 규제를 받지 않는 ‘매니지먼트 계약’의 활개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선수와 정식 계약을 맺지 않은 채 ‘떳다방’처럼 한 건하고, 나중에 가서 ‘나몰라라’하는 매니지먼트 계약의 폐해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계약 해지가 어렵고, 무제한 수수료가 성행하는 무자격 매니지먼트의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 구단 몫이다.

 

코로나19로 프로야구 사정이 엄중하다. 선수들이 목소릴 내기가 조심스러운 때다. 구단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 그렇다고 제도 개선 논의까지 미룰 필요는 없다. 잘못된 제도를 손본다고 리그에 악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KBO의 가짜뉴스에 언제까지 속을 것인가.

 

바카라사이트 박동희 기자 dhp1225@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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