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살아있는 재물신’ 마윈, 신전서 끌어내려지나

추앙받던 부호서 한순간 ‘대역죄인’…”공산당, 통치위협 인식”
‘도발성 발언’ 후 두달간 두문불출에 실종설까지

중국의 일부 상인들은 돈을 많이 벌기를 기원하면서 마윈의 사진을 놓은 ‘제단’을 마련하기도 한다. [로이터=연합뉴스]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에서 살아 있는 재물신(財物神)으로까지 추앙을 받던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가 시련을 맞았습니다.

세계 최대 기업공개(IPO)를 예고한 앤트그룹 상장이 좌초됐고 중국 당국의 집중적 규제를 받으면서 알리바바 주가가 폭락, 마윈의 재산은 작년 11월 이후 두달 새 120억달러(약 13조원)가량 날아갔습니다.

두 달 넘게 공개석상에 전혀 나타나지 않아 일각에서는 ‘실종설’까지 거론되는 심각한 분위기입니다.

관영 매체들의 노골적 부추김 속에서 마윈을 향한 중국 내 여론도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습니다.

‘다궈룽야오'(大國榮耀)라는 필명을 쓰는 경제 평론가는 “앤트그룹은 오랫동안 혁신을 외피로 자신을 포장해왔지만 진실은 양가죽을 두른 늑대였다”고 비난했습니다.

중국에서는 마윈이 ‘신전에서 끌어내려졌다’는 비유도 나옵니다.

도대체 마윈은 무슨 엄청난 큰 잘못을 저질렀기에 중국 개혁개방 40년을 대표하던 ‘자랑스러운 기업인’에서 순식간에 ‘대역죄인’으로 전락한 것일까요.

◇ ‘시진핑 왼팔’ 왕치산 앞에서 ‘도발’한 마윈

지난 2018년 12월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혁개방 40주년 유공자 표창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마윈(앞줄 왼쪽). 그러나 작년 10월 도발적인 정부 비판 이후 마윈의 ‘알리바바 제국’은 당국의 각종 규제 강화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윈은 두달째 공식석상에 나오지 않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안팎에서는 작년 10월 마윈의 도발적 당국 비판에서 사태가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마윈은 작년 10월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外灘)금융서밋 기조연설에서 ‘뒤떨어진 감독’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보수적 금융감독 기조를 비판했습니다. 세계적 은행 건전성 규제 시스템인 ‘바젤’을 ‘노인 클럽’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왼팔로서 서슬 퍼런 사정을 주도하던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 이강(易綱) 인민은행장 등 국가급 지도자와 금융 최고 당국자들이 대거 참석했다는 점에서 마윈의 발언은 누가 봐도 파격적이고 도발적이었습니다.

하필이면 이날 가장 먼저 축사를 한 왕 부주석이 ‘금융 안정’을 강조했는데 바로 뒤에 나온 마윈이 왕 부주석을 ‘낡은 규제주의자’로 몰아붙인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언뜻 무모한 도발처럼 보였지만 마윈 나름대로는 여기까지 밀어붙여도 된다는 치밀한 ‘계산’이 있었다는 분석도 있기는 합니다.

당시 마윈은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앤트그룹 상장을 앞두고 세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었습니다.

미중 신냉전 와중에 중국이 개혁개방 확대 원칙을 천명하면서 자국의 자본시장 발전을 의욕적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이기에 마윈을 상대로 ‘치졸한 보복’에 나선다면 중국이 이미지에 커다란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마윈의 ‘도발’ 일주일쯤 뒤인 작년 11월 3일 마윈이 인민은행 등 금융감독 당국에 불려가 공개 질책을 받은 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마윈을 아시아 최고 부자로 올려줄 것으로 기대된 앤트그룹 IPO는 상장 불과 이틀 전에 취소됐고 이후 알리바바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은 반독점과 금융 안정을 명분으로 한 각종 강력한 규제에 직면했습니다.

특히 마윈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앤트그룹의 경우 소액 대출 등 핵심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중국 금융 당국의 요구로 지주사 전환을 할 수밖에 없게 됐는데 이를 계기로 향후 중국 당국이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 시진핑, 마윈 ‘알리바바 제국’과 사실상 전쟁

[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단순한 ‘마윈 혼내주기’ 수준으로 봐서는 사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시진핑 총서기를 핵심으로 한 공산당 지도부가 마윈의 ‘알리바바 제국’을 통치 안정을 해칠 수 있는 도전 세력으로 규정하고 확실한 ‘손보기’에 나섰다는 분석에 좀 더 무게가 실립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분석 기사에서 중국 당국의 알리바바 압박을 두고 “거대한 힘을 갖게 된 기술 분야 거물(마윈)을 점차 정치·금융 안정 위협 요인으로 인식하면서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알리바바의 사업 영역은 본업인 전자상거래에서 시작해 전자결제, 물류, 외식배달, 클라우드,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인공지능(AI), 반도체, 여행, 스마트시티 관리 등으로 뻗쳐나가면서 중국인들의 거의 모든 일상에 파고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장 무서운 건 알리바바에 차곡차곡 쌓이는 막대한 빅데이터입니다.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전자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즈푸바오·支付寶) 한 서비스의 이용자만 10억명에 달합니다.

가입자들이 매일 어디서 무슨 물건을 사는지, 누구와 돈을 주고받는지 같은 민감한 데이터가 알리바바 서버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중국 고위 당국자와 가족들의 것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중국 당국이 앤트그룹이 축적한 소비자 신용 데이터를 내놓게 만드는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는데 전반적인 흐름에 비춰봤을 때 상당히 개연성이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중국 공산당이 마윈의 도전적 행보를 가볍게 봐 넘기지 않고 심각한 체제 도전 요소로 여기는 점은 최근 일련의 대응 과정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공산당은 작년 11월 시 총서기 주재로 정치국 회의를 열고 ‘반독점’,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 반대’를 국가 차원의 중대 경제 정책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이 회의에서 특정 기업이 직접 거론된 것은 아니지만 중국에서는 삼척동자라도 인터넷 공룡 기업 중에서도 특히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을 끼고 있는 알리바바그룹을 겨냥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현 단계에서 적어도 확실한 것은 1978년 이후 중국이 개혁개방의 길을 걸으며 천지개벽했지만 어디까지나 이 나라를 지배하는 절대적 힘은 중국 공산당이 이끄는 국가에만 있으며 어떤 형태의 도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선명한 메시지가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닛케이 베이징 지국장을 지낸 나카자와 카츠지 기자는 최근 쓴 칼럼에서 이렇게 분석합니다.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타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알리바바그룹과 설립자 마윈이다. 정치국원들은 일당 통치가 흔들려 마침내 시 체제가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을 두려워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대목은 중국이 작년 말부터 본격화한 법정 디지털 화폐 도입 움직임과 알리바바 규제 강화의 시점이 공교롭게도 맞아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디지털 위안’ 도입이 가시화하면 중국 금융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였던 알리페이의 중요성은 과거보다 훨씬 작아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도대체 마윈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중국 당국 역시 고민이 있을 겁니다.

바이든 시대에도 여전할 미중 신냉전 속에서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중국은 계속 경제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민간 경제의 활력에 의존하고 외자를 유치해야 합니다.

만일 중국의 민영 경제를 대표하는 마윈이 ‘가혹하게’ 처벌받는다면 ‘개혁개방 확대’, ‘민영 경제 육성’ 같은 중국 정부가 외쳐온 구호의 진정성이 나라 안팎에서 의심받게 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앤트그룹의 상장이 시행 이틀 전 전격 취소될 거라고 그 누구도 감히 생각하지 못했듯이 ‘외부인’이 중국에서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입니다.

당과 민영 경제의 긴장 상황 한복판이 있는 인물 마윈. 그 개인도 공산당원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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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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